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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권 사각지대'서 신음하는 아이들…"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동사협 0 2,714 2018.01.04 14:46

전주시 원룸에서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5살 고준희 양이 실종 27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됐다. 친부가 딸의 사체를 유기했다고 자백함에 따라 경찰이 전북 군산의 한 야산에서 밤샘 수색 작업을 벌인 끝에 준희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회적인 여론이 들끓면서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금세 사그라들고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8명이 부모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7’ 자료를 보면 지난 2015년 기준, 아동학대 가해자 중 부모가 차지하는 비율은 80.7%다. 아동학대 건수도 매년 증가해 3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새해부터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신고의무교육이 확대된다. 모든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소속된 기관ㆍ시설의 장은 소속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게 신고의무 교육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확인한다. 그리고 4월부터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신고의무자 중 5개 직군에만 국한하던 교육의무를 24개 직군 전체로 확대하여 아동학대 신고를 활성화한다.

하지만 2018년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올해에 비해 21억 원이 적게 편성됐다. 특히 아동학대 관련 예방 차원의 예산은 항목 어디에도 없다.

독버섯처럼 은밀하게 퍼지는 아동학대 강력범죄, 정말 막을 수 없을까?

한 매체에서 모 지역아동보호센터 전문가는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들썩하다가 결국 돈으로 내려앉고, 다시 또 무슨 일이 있으면 들썩했다 돈으로 내려앉는다. 결국 돈이 문제다”고 말했다. 또다른 아동학대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는 교수는 “기금이 아니고 국고로 아동학대 관련 예산 배정해달라고 요구를 해도 관심이 없다. 모두 반짝하고 끝이다”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현재 아동학대 예방 예산이 보건복지부 예산 항목으로 편성되지 않고 형사처벌을 받은 이들이 내는 벌금으로 마련된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과 복권 판매 수입인 ‘복권기금’에서 충당되고 있는 것이다. 아동권리 학계에서 보고한 자료에 의하면, 이러한 기금은 기껏해야 600억~700억원 규모가 전부다. 따라서 아동보호에 대한 안정적인 국가 재원이 현재로는 전무한 상황이란 게 문제다.

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꼽는다. 법원은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하거나 심각한 상해를 입힌 범죄자들에게 예전보다 형량을 높여 판결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집행유예로 선처하는 판결도 적지 않다. 피해자가 연약하고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아이들이란 점에서 일반 살인죄나 상해죄보다 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지만 ‘가족 안에서 일어난 문제’라는 관념이 아직 뿌리 깊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최우선 과제는 부모교육이다.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태도부터 달라지지 않으면 예방은 어렵다는 얘기다. 때리는 것만이 학대가 아니다. 미국이나 독일 등 외국의 사례에서 보면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부모교육을 수시로 실시한다. 더구나 학대 정황이 포착되면 아동과 부모의 격리는 물론 이에 대한 물적, 심적 시스템을 병행한다. 정부 차원에서 예의주시하는 것이다. 아동학대 강력범죄 처벌 역시 우리나라와는 달리 법적 최고형에 처하고 있다.

분노 조절이 어려운 부모도 많다. 통계상 아동학대는 90%가 대물림된다고 한다. 그만큼 사후교육보다 사전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우선적으로,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아동학대를 공론화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5개 직군에 한할 게 아니라 지자체별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부모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하는 현실성 있는 시스템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처럼, 연약한 아이들의 인격이 최우선할 때 우리가 최소한의 '인권'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뉴스 - 김명화 기자  mh6600@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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