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연 장애인 지원 제도 관련 토론회에서 “전체주의적 탈시설 정책으로 장애인들이 울부짖고 있다”, “발달장애인은 탈시설을 선택할 의사능력이 없다”는 등의 발언이 나왔다. 장애인 단체들은 탈시설 이후 사회적 지원 미비를 탈시설 자체로 돌린데다,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을 폄훼하는 발언이라며 문제 삼고 나섰다.
권익위는 지난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발달장애인의 맞춤형 돌봄 지원 방안 제도 개선 공개 토론회’를 열고 “장애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탈시설로 심각한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권익위는 이날 토론회 자료집에 장애인거주시설 입소자 중 중증장애인이 98%,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장애인이 59%에 이른다는 점, 서울시가 2022년 탈시설 장애인 263명을 조사한 결과 일자리 또는 낮 활동 없이 혼자 지내는 장애인 비율이 약 50%였다는 내용 등을 들어 “시설 퇴소 결정이 전문의의 판단에 따른 장애 정도의 진단 없이 맹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신의학 전문가의 진단서를 (탈시설) 판단 근거로 삼는 한편, 정신의학적·행동발달 특성을 반영해 장애인거주시설을 다양화·현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는 의견서를 내어 “장애인의 시설 수용 제도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전면으로 위배하는 조치”라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탈시설 지침은 장애인의 탈시설 지원 시 ‘의료 기준’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고 짚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탈시설 뒤 장애인들의 삶에 문제가 생겼다면, 이는 장애인들을 받아들인 돌봄 서비스나 제도 등을 마련하지 못한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를 거꾸로 드러내는 것”이라며 “제도의 문제를 왜 탈시설 자체의 문제로 돌리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전체주의적 탈시설 정책으로 (장애인들이) 고통받으며 소리 없이 울부짖고 있다”, “발달장애인은 탈시설을 선택할 의사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중증장애인은 지역사회와 교류가 불가능해 탈시설할 이유가 없다”는 등의 발언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과 의사소통 능력을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재단한 발언인 탓이다. 백선영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조직국장은 “제 자녀 또한 말을 못하는 발달장애인이지만 저마다 의사소통 방식이 있다”며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출처 : 한겨례신문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조승우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