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치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7% 오른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으론 209만6270원(209시간 기준)에 해당한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에도 불구하고 액수는 처음으로 1만원을 넘게 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회의실에서 열린 11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 안 1만120원과 사용자위원 안 1만30원을 표결에 부쳐 14 대 9로 사용자위원 안을 결정했다. 민주노총 근로자위원 4명은 공익위원들이 설정한 심의촉진구간이 과도하게 낮은 문제를 제기하며 표결에 불참해 사용자위원·공익위원 각 9명과 한국노총 쪽 근로자위원 5명 등 23명만 투표한 결과다.
전날 3시부터 시작한 10차 회의에선 4차까지 노사의 수정안을 받았으나 근로자위원은 올해보다 9.9% 오른 1만840원을 제시하고 사용자위원은 0.8% 인상한 9940원을 제시했다. 더는 차이를 좁히기 어렵다고 판단한 노사 양쪽 위원들이 공익위원들에 심의촉진구간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공익위원들은 하한선 1만원(1.4% 인상)과 상한선 1만290원(4.4% 인상)을 제시했다. 1만원은 중위임금의 60% 수준에다 지난해 심의 때 노동계가 마지막으로 제시한 금액이라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1만290원은 이른바 국민경제 생산성 상승률 전망치(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 상승률-취업자 증가율) 산식을 따랐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올해 경제성장률 2.6%, 소비자물가상승률 2.6%, 취업자증가율 0.8%로 예상한다.
이날 민주노총의 퇴장 사태가 보여주듯 결정 과정과 결과는 앞으로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1.7%는 1988년 제도 시행 이후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5% 인상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게다가 최근 2년 내리 노동자 실질임금이 하락한 상황에서 처음으로 1만원을 넘겼다는 상징성은 의미가 없다는 게 노동계 판단이다.
최근 몇 년 법적인 근거 없이 최저임금 결정 산식으로 공익위원들이 활용하면서 논란을 빚은 국민경제 생산성 산식이 또다시 등장한 대목도 논란거리다. 민주노총은 이날 퇴장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생각하는 최소한은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작년 실질임금 하락분을 반영해 6.3% 이상이다. 그런데 공익위원들이 국민경제 생산성 산식을 상한선으로 한 건 애초 노동계 의견을 반영하거나 주장을 수용할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라고 표결 불참의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브리핑에서 “최저임금 수준 결정에 국민경제 생산성 산식을 쓴 게 아니고 상하한선 구간을 정하는 수단으로 썼기 때문에 이번에 산식을 갖고 최저임금을 결정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15차례에 걸친 전원회의를 열어 11차 수정안까지 내는 과정을 거친 반면, 올해엔 11차 전원회의에서 5번째 수정안을 표결에 부쳐 결정한 대목도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불만을 사고 있다.
출처 : 한겨례신문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