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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노인 복지… 정부 독려에도 민간 호응 ‘미흡’

동사협 0 701 2023.05.22 09:20
[특별취재팀=한원석 선임기자|양준규·신성수 기자] 대한민국이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 진입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노인들의 삶의 질 보장 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윤석열정부 또한 출범 전부터 노인 복지 정책을 내놓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출범 1주년을 맞아 스카이데일리가 윤 정부의 노인 복지 정책 현황을 살펴봤다.
 
고령화 사회 노인 빈곤·자살 상위권… 돌봄서비스·노인 일자리 등 확대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지난해 901만8000명으로 역대 최초로 900만 명을 넘어섰다. 전 국민에서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7.5%였다.
 
유엔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로,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들었으며 2025년에는 20.6%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음에도 노인들의 삶의 질은 좋지 못하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년층 빈곤율은 40%에 육박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OECD 국가 평균 노년층 빈곤율은 15% 정도인데 비해 지난해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중 60대 이상 노인 비율은 약 50%였다.
 
높은 노인자살률 또한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2020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노인 자살률은 60대 33.7명, 70대 46.2명, 80세 이상 67.2명이었다. 같은 시기 OECD 평균 노인 자살률을 살펴보면 60대 15.2명, 70대 16.4명, 80세 이상 21.5명으로 3배 가까이 많았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기초연금 인상 △요양·간병 가족 돌봄 휴가·휴직 기간 확대 △맞춤형 돌봄 계획 설계 및 지원 △노인 장기 요양 보험제도 개선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에 따르면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50만 명에게 지원하고 있는 안전지원·사회참여·생활교육·일상생활 지원 등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을 올해 55만 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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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요양·간병 가족돌봄 휴가·휴직 기간을 확대한다는 공약의 경우 별다른 변화가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가족돌봄 휴가 제도가 있다고 해도 사용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아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가 이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서비스형 노인 일자리의 경우 민간 취업과 연계되는 민간형 노인 일자리를 지난해 16만7000개에서 올해 19만 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늘어난 일자리의 양과는 달리 일자리의 질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행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민간형 노인 일자리 지속가능성 강화방안 연구’에 따르면 취업 알선형 일자리의 경우 3개월 이하의 고용 형태가 대부분이며 18개월 이상의 고용이 지속된 장기 취업형 시니어 인턴십 참여자는 8%에 불과해 취업 지속성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 일자리의 상당수가 임시·일용직 등 저임금 위주인데다 업종 또한 서비스업 중심으로 편중된 상황이다. 또한 사회보험·퇴직금·상여금·연차휴가 등 노동조건 적용률도 낮은 편이어서 질 좋은 민간형 노인 일자리 창출이 요구된다.
 
노인 빈곤 퇴치·재정 확보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연금 논의 장기화
 
기초연금과 장기요양보험제도 등과 관련해서는 논의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가 심화되며 재정 지원이 필요한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재정 부담 또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정부는 기초연금을 30만 원에서 40만 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올해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을 전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 5.1%를 반영해 지난해보다 1만5680원 오른 32만3180원으로 인상했다. 또한 올해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을 전년 대비 12.2% 인상한 단독가구 202만 원, 부부가구 323만2000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기초연금 금액 및 범위와 관련해서는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여야 모두 기초연금 금액 인상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기초연금 수급 범위와 연령대에 기초연금이 국민연금을 일정 비율 초과하면 일부 감액하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 차이를 드러냈다. 결국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활동 기한을 10월까지 연장했다.
 
이러한 논의가 나오는 이유는 연금 수령자와 금액이 늘어나면서 기금 고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 기금은 2040~2041년에 적자로 전환해 2055년에는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기초연금 수급자는 2014년 435만 명에서 올해 655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초연금 인상분과 수급자 증가에 따라 기초연금 예산은 2014년 6조9000억 원에서 올해 22조5000억 원으로 3.3배 증가했다. 기초연금 재정소요액은 △2030년 39조7000억 원 △2050년 125조4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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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이러한 상황에서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1년마다 10%씩 단계적으로 상향해 2026년부터는 65세 이상 국민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노인복지법 일부개정안을 8일 대표 발의했다. 이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 측에서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한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5%까지 올려 기금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으나 국민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확실한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달 초 보험료율 인상 보도가 나오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해명에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장기요양보험제도 역시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 장기요양보험 추계 자료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 적립금이 2026년부터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 규모는 2030년에 3조8000억 원, 2050년에는 47조6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요양보험의 적자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급여 적용 대상자 또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장기요양보험 급여 적용 대상자 수는 2013년 37만 명에서 2023년 3월 기준 103만 명까지 늘었다.
 
여기에 장기요양시설 근로자 인력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지적됐다. 요양보호사의 임금이 낮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요양보호사가 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양원 몇 곳과 통화한 결과 극단적인 경우 요양사 인력 중 50대가 막내라는 답변도 들을 수 있었다. 이는 결국 재원 확보 문제와 연결된 만큼 예산 확보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금 재정 확보 및 수급에 대해 전문가들은 노인 인구에 대해 충분한 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했으나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주은선 경기대 교수(사회복지전공)는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아직은 더 줄어야 하고 노인빈곤이 심각하기 때문에 기초연금 수급자 전체에게 40만 원을 일괄 지급하는 것이 좋다”면서 “기초연금과 보충적 방식의 소득보장제도를 통해 노인 1명당 최소한 중위소득의 40% 이상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이어 “현재의 기초연금은 급여 수준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유지하되 대상범위는 노인 70%가 아니라 소득 기준을 설정해 소득기준에 미달 시 급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찬섭 동아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우리나라 국민연금 기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5% 정도로 우리나라처럼 공적연금에 거대한 기금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10개국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이어 “미래세대 부담을 생각할 때 생산성 향상을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2060년대 이후 미래 생산 세대 실질소득은 현 생산 세대 실질소득의 2.5~3.5배에 이를 것”이라며 “평균 개념이어서 모든 미래세대가 이 정도 소득을 올리는 건 아니지만 보험료 부담이 우려하는 것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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