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치매인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갑절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인자를 공유하는 데다가 배우자의 치매로 인해 신체활동이 적어지고 우울증이 심화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한국인의 인지 노화와 치매에 대한 전향적 연구'(KLOSCAD·Korean Longitudinal Study Cognitive Aging and Dementia)에 참여한 60세 이상의 한국인 부부 784쌍을 2010년부터 2020년까지 2년마다 추적 조사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치매 발병 원인의 약 40%는 난청, 교육 수준, 흡연, 우울증, 사회적 고립, 외상성 뇌손상, 신체활동, 고혈압, 거주환경(대기오염), 비만, 과음, 당뇨 등 사람이 조절할 수 있는 12가지 인자들로 구성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대기 오염을 제외하고 조절 가능한 11가지 치매 위험 인자들을 2년마다 추적 조사했다.
연구 결과 배우자가 치매인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약 2배로 높았다.
치매 환자는 지능·의지·기억 등 정신적인 능력이 현저하게 감퇴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힘든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배우자가 있는 치매 환자는 배우자가 대부분의 일상생활을 함께하며 치매 환자를 보조한다. 더욱이 일상생활을 함께 하는 부부는 치매를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을 공유하기 때문에 치매 환자의 배우자 역시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연구에 참여한 이들 부부는 교육 수준, 신체활동, 흡연, 외상성 뇌손상, 우울증과 같은 치매 위험 인자를 공유하고 있었다.
특히 배우자가 치매 환자인 경우 신체활동 부족과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치매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년기의 신체활동 저하와 우울증은 치매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위험 인자로 꼽힌다.
김 교수는 "진료 현장이나 치매 안심센터 등에서 치매 환자와 함께 배우자에게도 치매 발병 인자들에 대한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