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정규 수업을 넘어 학교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 자원을 연계하여 학생의 성장과 발전을 지원하는 종합 교육 프로그램인 ‘늘봄학교’가 2024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맞벌이 부부와 다문화 가정에 큰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되는 늘봄학교를 통해 성장과 발달에 적합한 재미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어린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이와 유사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영국의 통합아동보호서비스인 ‘교육복지서비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영국 교육복지서비스의 특징과 주요 프로그램
영국은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제도를 확립해 온 나라로 복지의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해 출석관리부터 시작하는 학교사회복지의 초창기 모습이 영국에서 시작됐다. 영국의 교육제도는 전통적으로 국민들의 필요에 따라 조직됐다. 따라서 영국의 교육제도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시대적 사회적 요구에 맞춰 전통적인 제도를 개선하면서 새로운 내용을 적용해 왔다.
한편, 영국은 전 세계의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고 있어 인종, 국적, 언어가 다양하다. 따라서 교육복지정책을 통해 평등사회 구현과 사회적 통합을 추구하고자 한다. 영국은 지금도 수많은 이민자와 난민들이 거주를 희망하고 있고, 학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차별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처럼 사회환경은 더욱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교육복지서비스도 학교 출석률을 높이는 것 이상의 서비스 제공 요구에 직면하면서 교육복지의 역할도 변화되어 왔다.
현재 영국 지자체의 교육복지팀은 아동·청소년의 출석 증진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및 사회적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중점적인 노력을 펼친다. 주요 교육복지팀의 주요 기능으로는 △결석 학생의 중재를 위한 관내 학교 교직원과의 정기적 면담 및 아동보호에 대한 교직원 교육·조언 제공 △학부모·학생에 대한 교육문제 관련 조언 제공 및 지원 △학생의 출석 개선 및 복지 증진을 위한 적절한 서비스 확보 △적절한 법률 서비스 조언 제공 △학교 밖 교육에 대한 모니터링 및 평가 △외국인 및 난민 신청자를 위한 전문가 지원 △요보호아동에 대한 점검 △아동 고용 및 연예활동 아동 관련 면허 선택교육과정 관리 △교육에서 배제된 아동에 대한 지방정부의 벌금 부과 등이 있다.
과거의 학교 출결 관리에 머물렀던 교육복지서비스의 내용은 아동보호나 학교 밖 교육 등으로 영역이 더욱 확장되면서학교 교사뿐 아니라 법률가, 지역사회의 아동보호기관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협력이 강조되고 있다.
학생지원(Pupil Premium)으로 저소득층 아동 학습 개선
영국 교육 전문가들은 장기 빈곤 상태에 있는 어린이와 그렇지 않은 어린이 사이의 학업성취도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또한 영국 전역에서 푸드뱅크를 운영하는 트러셀재단(Trussell Trust)은 많은 아동, 특히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의 어린이가 6주간의 방학 동안 영양실조와 기아에 직면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학생 지원제도(Pupil Premium)’를 통해 저소득층 어린이의 학업성과를 개선하고 있다. 이는 저소득층 자녀의 초기 교육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학업 성취도 향상을 위해 학교 학습에 추가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한 재정은 주로 국고로 충당되나 각 학교는 지역사회, 자선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자체적으로 예산을 증액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수혜대상은 중위 연간 가구 소득의 60% 미만 가정의 자녀이며, 다문화가족, 군인가족, 6개월 이상 복지시설에 거주하는 사람 등이 포함된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 정부는 △만 5~11세 아동 대상 무상급식 집중 지원 △사회적 기업 등의 NGO와 연계한 방학 중 급식 및 학습지원 연계 사업 실시 △맞벌이 가정 지원을 위한 무상보육 예산 강화 △저소득 집중지원 대상 가정에 대한 온종일 급식을 포함한 교육비 지원 강화 △초등 의무교육 중심 교육과정 개혁을 통한 아동의 학습결손 예방 및 계층 간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한 학력개선 정책 실천을 골자로 교육복지 방안을 마련했다.
실제로 학생 지원제도 수혜 아동은 방학 기간에 급식을 지원받으면서 읽기와 수학 등의 학습 수준뿐 아니라 신체성장과 체력단련 측면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휴교일 활동프로그램과 조식클럽 등을 실천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상당한 정도로 향상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역사회와 교육기관이 연계된 영국 교육복지서비스
영국 교육복지서비스는 빈곤 아동에게 최우선적인 교육혜택 제공을 촉구하는 플라우든 보고서(Plowden Report, 1967)로부터 계승·발전되어 왔다. 이후 취약한 빈곤지역을 교육우선지역(Educational Priority Area, EPA)으로 지정하고, 해당 지역 학교재건프로젝트에 재정을 지원하는 정책이 시행됐다. 다만 EPA는 빈곤의 원인을 개인의 게으름과 의존성으로 보는 빈곤문화이론 관점에서 비판을 받으며 결국 빈곤지역지원 종합정책에 흡수되면서 사라졌고, 사실상 EPA의 개념을 이어 재추진된 사업이 EAZ(Education Action Zone)라고 볼 수 있다.
「학교 표준 및 기본법」에 따라 1998년 시행된 EAZ의 목적은 사회적·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에 있는 학교의 학업성취도를 개선하고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지역 초·중등학교, 고등교육기관, 지자체 및 지역 기업의 지원, 자원봉사 단체 및 학부모 단체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향상시키고, 교육개혁 정책을 공동으로 추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한국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지원사업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영국 교육복지서비스의 역할
빈곤 아동의 ‘확실한 출발’을 보장한다
한편 ‘모든 아이들에게 공정한 출발을, 부모들에겐 일할 수 있는 의지를, 지역공동체엔 안정을’ 목표로 하는 영국 슈어스타트(Sure Start)는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영국의 대표적 아동 보육정책이다. 이 정책은 빈곤·소외지역의 아동들과 일반아동과의 차이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확장된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했다.
슈어 스타트는 모든 아이들을 보육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빈곤층 아이들이 받기 어려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 부모들이 일자리를 유지하며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아동·부모·지역공동체에 더 나은 삶의 여건을 마련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정책의 대상은 영국 내 하위 20%계층이 살고 있는 지역의 0~14세(특수교육이 필요한 경우 16세까지)이하 아이들이다. 또 지역에서 이뤄지는 개별 프로그램마다 민간 펀드를 통해 추가 재원을 확보하여 운영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주체는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전국에 설치된 67개 아동센터(Children’s Centre), 107개의 조기 우등센터(Early Excellence Centre)를 비롯해 기존의 학교, 양육시설, 시민단체들이다. 이들은 524개의 ‘슈어스타트 지역 프로그램’을 운영, 지역별 특성에 맞게 아동과 그 가족에게 보육·보건·교육·취업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하교 이후에도 학교 개방, 방과 후 교실이나 학교 밖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규교육 시간이 지나도 아이들이 방치되지 않도록 힘쓰고 있다.
교육사회복지사, 근로 청소년 안전도 챙긴다
영국의 교육사회복지서비스는 의무교육을 받기 어렵게 만드는 문제들로부터 초·중·고등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아동 및 청소년·학교·관련 사회복지기관·지자체와 협력하여 사례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학부모 간담회나 아동교육을 통해 정규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증진, 학교생활에서 발생가능한 여러 문제들에 대한 예방적 활동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교육복지사는 재학 중인 학생이 또래관계·폭력·우울·학업성취도 저하와 같은 문제행동을 보이거나, 출결상황을 봤을 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등 광의적인 가족문제로 인해 학교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고 판단되면 즉시 개입할 수 있다.
또한 교육복지사는 의무교육 과정 중에 있는 청소년이 일하기를 원할 때 건강과 안전과 관련된 예상가능한 문제들을 사정하는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청소년 건강·안전법」에 따라 청소년을 고용한 사업장이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건강과 안전을 위해 특별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지 않은지, 근무 장소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 않은지, 작업도구나 작업행위가 위험하지 않은지 등을 검토하고 안전지침을 관리하는 등 보호체계를 확립한다.
이와 같이 교육복지사는 아동의 욕구를 파악하고 빠른 문제해결을 위해 교육당국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서비스 관계기관, 지자체와 협력하여 모든 가용자원을 중재하는 서비스 중계자 역할을 담당한다.
영국 교육복지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
영국은 이미 100년 전부터 어느 정도 보편적인 수준의 보육 및 교육복지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학생당 교사 수, 보조교사와 학교 안전에 대한 규정, 학부모와 학생의 참여, 학생 인권에 대한 인식, 다양성에 대한 정책, 노동자 보호, 주거안정과 기본적 복지안전망 구축 등 교육을 둘러싼 복지환경 체계가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는 편이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복지재정 부담이 지방정부와 개인에게 분산되고 있다. 최근 영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교육’은 보건과 복지 다음으로 재원 확대가 필요한 분야로 꼽혔다. 그러나 현 정부는 교육적 배려가 필요한 저소득층 교육 지원에는 계속 집중하겠다고 하면서도 교육예산을 더 이상 늘릴 것이 아니라 기존 예산 내에서 교육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영국은 제한적인 복지 재정에도 저소득층, 이민자, 난민 자녀 등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 서비스 지원에는 심혈을 기울여 지원하고 있다. 이는 영국 정서에 깊이 뿌리내린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반영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직 경찰이나 군인 등이 교육복지사로 채용되면서 부모교육, 아동상담 등 전문적 교육복지 서비스 제공의 어려움, 교육복지 서비스의 효율성 저하 등 영국 교육복지서비스 체계의 문제점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한국 교육복지 체계에서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부분일 것이다.
출처 : 복지타임즈(http://www.bokj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