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148조7697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보다 8.2% 늘어난 규모로, 지역·필수의료 확충과 사회안전망 강화, 통합돌봄, 미래세대 지원 및 보건복지 분야 인공지능(AI)·바이오 혁신 등에 투자를 집중한다.
미래대응기금에 편성된 아동기본수당, 아이맞이지원금, 피지컬AI 도입·실증 사업까지 포함하면 전체 규모는 152조4328억원으로 올해보다 10.9% 증가한다.
보건복지부는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7년도 예산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내년도 예산을 ▲국민의 목숨을 살리는 사회안전망 강화 ▲지역·필수의료 투자 확대 ▲지역사회 통합돌봄 및 돌봄 강화 ▲아동·청년 등 미래세대 지원 ▲보건복지 AX 및 바이오 혁신 등 5대 분야에 집중한다.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1조2600억원을 투입한다. 수도권에서 멀수록 지원을 두텁게 하고 공공의료기관에 우선 투자하는 한편 지방정부의 사업 기획·집행 자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특히 '지역주도 의료공백 해소 사업'을 새롭게 도입한다. 중앙정부가 시·도별 예산과 표준 사업 메뉴를 제시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여건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직접 기획·추진하도록 하는 구조다.
지역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지역의사선발전형으로 선발돼 10년간 지역에서 의무복무하는 학생 490명에게 등록금과 주거비 등을 지원한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 참여 지역도 기존 6개 시도 136명에서 서울을 제외한 전국으로 확대해 448명까지 늘린다. 시니어의사 채용 지원 역시 160명에서 220명으로 확대한다.
국립대병원은 '5극3특 지역의료 주축병원'으로 집중 육성해 빅5 수준으로 역량을 높이고,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에는 진료시설 구축과 필수의료 운영비 등을 지원해 포괄 2차 종합병원 수준의 진료역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국립대병원의 지역 거점(5극 3특) 기능 육성을 위한 내년도 예산은 약 2500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올해 예산보다 약 1300억원 증액된 규모다. 이중규 복지부 공공의료정책관은 국립대병원 육성 예산과 관련해 “내년 예산은 대략 2500억원 정도이며 전년 대비 1300억원 정도 증액된 액수”라고 밝혔다. 국립대병원 관련 사업은 지역 내에서 국립대병원이 지역 거점병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도록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모자의료 분야에서는 전문인력 특별수당을 신설해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모자의료센터 전문의에게 월 1000만원, 전공의에게 월 500만원을 지원한다. 중증모자의료센터는 2개소에서 4개소로 확대한다.
필수의료 의료배상보험료 지원 대상도 전국 지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 전담의까지 확대해 필수의료 진료환경의 안전성을 높인다.
다만, 정신건강 분야에서는 정신응급을 필수의료로 지정한 데 따른 후속 인력·지원 사업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내년도 예산에는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측은 “정신응급을 필수의료로 지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지정 이후 어떤 인력을 확대하고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는 분야별 협의와 구체적인 지원 내용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 예산에는 그런 부분이 반영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미래세대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출산·양육 지원은 '아이맞이지원금'과 '아동기본수당'을 중심으로 개편한다. 아이맞이지원금은 출생 순위에 따라 첫째 1000만원, 둘째 1200만원, 셋째 이상 1500만원을 1년간 4회에 걸쳐 지급하고, 인구감소지역 등 우대지역에는 500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아동기본수당은 0~12세 아동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며 2030년까지 지급 연령을 매년 한 살씩 확대한다. 기본 지급액 중 10만원은 현금, 10만원은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고 우대지역은 월 30만원으로 확대한다. 0~1세 가정보육 아동에게는 월 30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미숙아·선천성이상아 의료비 지원 한도를 최대 2700만원으로 확대하고 가임력 검사비 지원 대상과 난임·임산부 심리상담센터도 늘린다. 방학 중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를 이용하는 아동에게 돌봄과 점심·저녁 식사를 제공하는 기간도 5주에서 12주로 확대한다.
보건복지 분야의 AI 전환과 바이오헬스 혁신에도 투자를 확대한다.
재가·시설 돌봄 현장에 돌봄로봇을 배치하고 가정용 돌봄로봇 상용화에 377억원을 지원한다. 돌봄기술 연구개발에는 145억원을 신규 투자하며 복지·돌봄 마이데이터와 개방형 플랫폼 구축, AI 활용 교육 등을 추진한다.
의료 분야에서는 취약지 일차의료 AX 패키지와 구급대-병원 간 실시간 연계를 위한 응급 통합 AI 플랫폼을 추진한다. '나의 건강기록(PHR)'을 기반으로 한 AI와 의료영상 QR 공유에 387억원, 국가 보건의료데이터 허브 소버린 AI 구축에 349억원을 투입한다.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는 청년 창업기업 13개사에 50억원 규모의 바우처를 신규 지원해 유니콘 기업 육성을 지원한다. 피부 빅데이터 규모를 확대하고 해외 체험판매장인 플래그십 허브 설치를 늘리는 등 K-뷰티 경쟁력 강화에도 나선다. 외국인 환자의 비대면진료 기능을 포함한 K-헬스케어 통합허브 플랫폼도 구축한다.
저소득층의 생활 안정을 위해 기준중위소득을 맞춤형 급여 개편 이후 가장 큰 폭인 6.7% 인상한다. 이에 따라 4인 가구의 월 최대 생계급여액은 207만8000원에서 221만7000원으로 13만9000원 늘어난다.
생계급여 수급자가 중증장애인인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약 2만 가구의 지원을 확대한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약 3만명 늘어나고 기본진료비 지원 대상도 13만8000명 확대한다.
기초연금 예산은 올해 23조1000억원에서 내년 25조7000억원으로 11% 늘린다. 저소득층 중심의 하후상박 차등지급과 부부감액 비율 축소, 직역연금 수급자 및 배우자에 대한 지원 등이 반영됐다.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의 자립을 위해 자활사업 참여 규모를 7만2000명에서 7만5000명으로 확대하고 자활급여도 3.7% 인상한다.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처한 국민에게는 위기징후가 포착될 경우 읍·면·동 현장에서 생계지원금 30만원을 우선 지급하는 제도를 새로 도입한다. 금융연체 등 위기정보를 활용한 '고립통합대응시스템'을 통해 고립위험군을 발굴하고 청년·중장년·노인 등 생애주기에 맞는 서비스를 연계한다.
위기가구 최초 방문상담 때 2만5000원 상당의 생활물품을 제공하는 '찾아가는 희망드림꾸러미'와 기본 먹거리 보장을 위한 '그냥드림' 사업도 확대한다.
자살예방 분야에서는 상담전화 인력을 150명에서 200명으로, 전국 255개 자살예방센터 인력을 센터당 5명에서 7명으로 늘린다. AI 기반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 시스템과 24시간 자살 시도·사망 현황을 관리하는 '(가칭)국가자살대응실'도 신설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상담 전화 인력은 채용이 진행 중이며 오는 10월 말께 200명 규모의 충원이 완료될 예정이다. 최근 109 상담 응대율은 50% 후반~60%대까지 올라온 상태다.
상담 인력 확충과 함께 상담원의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AI 기반 상담기록 지원 시스템도 추진된다. 상담 이후 수기로 작성하던 상담 기록 및 문서화 업무를 AI가 지원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해 상담원이 실제 상담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109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상담전화 유입량 자체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인력 확충 이후에도 응대율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이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대상은 노인에서 장애인까지 확대하고 의료취약·인구감소지역에는 1.2~1.5배 가산 지원한다. 인구감소지역에는 주야간·단기보호와 방문 재가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공립 '취약지돌봄센터' 30개소를 새로 설치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의 목숨을 살리는 사회안전매트를 더 두텁게 하고, 지역사회 돌봄은 넓히면서 지역·필수·공공의료를 확충해 어디에 살든 질 높은 의료를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적 삶과 건강 보호에 중점을 두고 2027년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목숨을 살리는 복지국가 구현에 보건복지부가 앞장설 수 있도록 필요한 예산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적극 노력했다"며 "앞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협의하고 국민의 의견에 더 귀 기울이며 국민에게 꼭 필요한 보건복지 정책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복지뉴스 김희라 기자 heera2939@naver.com